[칼럼][수면과 뇌④]수면 중 이상행동과 뇌 질환(강북삼성병원 신경과 선우준상 교수) By 최은진 / 2022-04-20 PM 4:07 / 조회 : 4,770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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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과 뇌 ④] 수면 중 이상행동과 뇌 질환 수면 중에 발생하는 이상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수면장애를 사건수면이라 부른다. 수면은 빠른눈운동이 나타나는 렘수면과 그렇지 않은 비렘수면으로 나뉘는데, 비렘수면 중 발생하는 사건수면 중 대표적인 질환은 몽유병이다. 자다 깨서 침대 밖으로 나와 걸어 다니는데 본인은 다음날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몸은 깨어있지만 머리는 자고 있기 때문인데, 깨어있을 때의 운동피질과 수면 상태의 전두엽-두정엽의 뇌활동이 공존하는 특징이 관찰된다. 어린이에서 흔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대부분 사라진다. 성인의 경우에는 동반된 수면무호흡이 몽유병의 유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기도양압치료로 유발요인이 제거되면 몽유병도 함께 해결될 수 있다. 몽유병과 비슷하지만 특수한 형태의 사건수면으로 수면관련 섭식장애가 있다. 이는 20-30대의 젊은 여성에서 호발 하는데, 자다가 의식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음식을 먹는 행동을 특징으로 한다. 조리하지 않은 냉동식품 등 이상한 음식이나 먹어서는 안 되는 독성 물질을 섭취하기도 하고, 음식을 찾아 다니거나 요리하는 과정에서 신체손상의 위험이 있다. 이런 장애는 약물에 의해서 유발될 수 있는데, 수면제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졸피뎀이 대표적이다. 약물 부작용으로 이와 같은 수면 중 이상행동을 경험했던 사람은 졸피뎀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자면서 말을 하는 잠꼬대는 흔히 볼 수 있으며 정상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단순한 잠꼬대 이상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지르고, 주먹질이나 발길질과 같은 복잡하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렘수면에 들어가면 우리 몸의 골격근은 긴장도가 낮아지면서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데, 이 조절기전이 고장 난 경우에는 꿈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는 이상행동이 표출된다. 이와 같은 사건수면을 렘수면행동장애라 하고 60세 이상의 남성에서 주로 발생하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다. 수면 중 과격한 움직임으로 본인과 배우자에게 신체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그보다 중요한 점은 5-10년 정도가 지나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서 파킨슨병과 치매와 같은 신경퇴행질환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부 환자들에서는 렘수면행동장애 진단 단계에서 이미 경미한 운동기능저하, 경도인지장애, 후각기능저하 등의 신경퇴행질환의 징후가 관찰되는데, 이들은 파킨슨병 및 치매 발생의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따라서 렘수면행동장애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수면다원검사뿐 아니라 파킨슨병과 치매와 같은 신경퇴행질환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가 가능한 신경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사건수면을 진단할 때 수면 중 이상행동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병태생리, 치료 및 경과가 전혀 다른 질환들, 특히 뇌전증 환자의 야간발작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전기활성화에 의해 발생하는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으로, 사건수면과는 전혀 다른 질환이지만 낮에는 발작이 전혀 없고 밤에만 발생하는 경우에 임상적으로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뇌전증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가 뇌파 검사인데, 야간발작과 감별이 필요한 사건수면의 진단을 위해서 수면다원검사를 할 때는 특별히 충분한 수의 뇌파 전극을 부착하여 비디오-뇌파를 기록하고 뇌전증 진단에 준하는 방식으로 뇌파를 판독해야 한다. 만약 일반적인 수면다원검사 방식으로 뇌파를 기록하거나 뇌파 판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검사 중에 발작이 일어나더라도 뇌전증과 관련된 뇌파 이상을 찾아내지 못할 위험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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